원유ETF 투자 시 알아야 할 롤오버 비용 | 콘탱고와 백워데이션

WTI 원유선물가격을 추종하는 원유ETF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한 ETF가 개인들의 투자 순위에서 상위권에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원유 ETF의 기초자산은 엄밀히 말하면 원유가 아니라 원유선물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원유ETF중 하나인 KODEX WTI원유선물(H)과 TIGER 원유선물Enhanced(H) 모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WTI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반대로 WTI선물의 일간수익률을 반대로 추종하는 원유선물인버스ETF도 있습니다.

원유가격이 오르면 원유ETF도 오른다? | 현물거래와 선물거래

먼저 선물과 현물에 대한 개념을 짚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현물거래는 돈을 지급하면 대가로 물건을 받는 일반적인 거래를 의미합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매매하거나 당근마켓에서 자전거를 거래하는 것 모두 현물거래입니다.

반면 선물거래는 미래 특정 시점에 물건을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거래하는 것입니다. 다음 선물 만기일에 삼성전자 주식을 11만원에 사고 팔 것을 약속하는 거래나 원유 1배럴을 80$에 사겠다는 약속이 선물거래입니다.

주식현물과 주식선물의 관계처럼 원유도 현물가격이 오르면 미래에 원유를 살 수 있는 선물가격도 같이 오르는 것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원유는 주식과 달리 많은 보관 비용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현물 대비 선물의 가격이 더 높을 수 밖에 없고 가격 변동성과 현/선물간 괴리도 더 크게 발생합니다.

  • 선물가격 = 현물가격 + 보관비용 + 이자비용

그리고 원유선물 시장은 실제 원유를 인도받기 위한 거래가 아니라 가격 차익을 노린 투기적 거래와 원유가격 변동을 헤지하기 위한 헤지수요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제 원유가격과 상당한 괴리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2020년 4월에 5월물 원유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이러한 투기적 거래의 청산과정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몇몇의 원유ETF와 ETN은 순자산가치가 제로로 떨어져 청산 과정을 밟기도 했습니다.

원유ETF의 롤오버 비용

원유는 주식과 달리 상당한 보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만기가 많이 남은 선물일 수록 가격이 높은 콘탱고 상황이 일반적입니다. 콘탱고는 만기가 가까운 선물(근월물)보다 만기가 먼 선물(원월물)가격이 높은 상황을 의미합니다.

  • 콘탱고 = 근월물 가격 < 원월물 가격
  • 슈퍼콘탱고 = 근월물 가격 << 원월물 가격
  • 백워데이션 = 근월물 가격 > 원월물 가격
  • 슈퍼백워데이션 = 근월물 가격 >> 원월물 가격

예를 들어 1달 동안 원유를 보관했다가 1달 뒤에 주는 거래가 100달러라면 3달 동안 원유를 보관할 경우에는 2달 더 보관해주는 비용만큼 높은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질 것입니다. 실제로는 투기적 수요와 가격 전망에 따라 백워데이션이 종종 발생하기도 합니다.

5월물 선물을 보유하고 있는 원유ETF는 5월 만기가 가까워지면 이제 6월물 이후 선물로 교체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작업을 롤오버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선물가격이 콘탱고 상황이라면 더 비싼 선물로 갈아타는 롤오버 비용이 발생합니다.

만약 5월물 선물이 100달러이고 6월물 선물이 110달러라면 롤오버 시 10달러의 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ETF가격에 전가되게 됩니다. 매월 이러한 과정을 장기간 거치다 보면 원유가격은 올랐지만 내가 투자한 원유ETF가격은 수익이 절반 밖에 안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운용사에서 근월물과 원원물 가격 차이를 고려해서 롤오버의 시기와 대상을 조정하는 등 관련 비용의 최소화를 시도하지만 원유 선물거래에 따른 높은 롤오버 비용을 피할 순 없습니다.

투자가 장기화 될수록 반복되는 롤오버 비용에 함께 환헤지 비용, 운용보수 등을 차감하고 나면 실제 기대했던 수익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KODEX WTI원유선물(H) vs TIGER 원유선물Enhanced(H)

KODEX 상품의 경우 최근월물 중심으로 상품을 운용하기 때문에 현재의 원유가격 변동을 보다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상품입니다. 반대로 TIGER는 원월물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롤오버 비용이 적은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4월9일 기준 KODEX 상품의 경우 5월물 선물 비중이 71.3%인 반면, TIGER상품의 경우 6월물 선물 비중이 76.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단기 시장에 대한 방향성 투자에는 KODEX상품이, 장기투자 시에는 롤오버 비용 부담이 적은 TIGER상품이 적합한 투자대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유가격에 연동된 원유생산 기업이나 관련 인프라ETF도 원유투자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오클라호마 쿠싱의 원유거래소
미국 전체 석유저장량의 13%를 차지하는 오클라호마 쿠싱

원유선물을 직접 거래할 순 없을까?

WTI원유선물은 1,000배럴을 기본 거래단위로 USD로 거래됩니다. 해외 선물거래 계좌를 직접 개설해야하고 롤오버 거래 필요성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개인이 직접 원유선물 거래를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또한 원유선물은 실물인수도를 기본 결제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선물만기 시 오클라호마 쿠싱에 위치한 석유저장소로 가서 석유를 인수해야 합니다. 이론적으로 원유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가 되면 돈을 더 주고 원유를 받아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실제 2020년 원유 가격 폭락으로 선물가격이 마이너스로 하락하면서 원유선물 트레이더들이 롤오버를 못하고 원유 인수를 포기한 사례도 있습니다. 다행히 개인 거래의 경우 증권사에서 만기 시 롤오버가 되지 않으면 만기가격으로 청산하기 때문에 오클라호마까지 가야할 경우가 생기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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